용인소년법전문변호사 최고 구속 158.7㎞…‘7억팔’ 박준현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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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고졸 신인 박준현이 데뷔전에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박준현은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2-0 승리에 기여한 박준현은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KBO리그 역대 데뷔전 선발승 기록으로는 35번째인데, 이 가운데 고졸 신인은 13차례였다. 히어로즈 구단에서는 하영민, 신재영, 정현우에 이은 4번째 기록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겼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키움에 입단한 박준현은 박석민 삼성 2군 코치의 아들이다. 고교 최대어로 꼽힌 그는 신인 계약금으로 7억원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즉시 전력으로 평가받은 그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프로의 높은 벽(4경기 3.1이닝 5피안타 6볼넷 5탈삼진 6실점)에 고전했다. 설종진 키움 감독은 박준현을 선발에서 불펜 추격조로 시즌 활용법을 바꿨다가, 아예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신 퓨처스(2군)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도록 했다.
박준현은 2군 조정기를 통해 한 뼘 성장했다. 4경기에서 14.1이닝을 던지며 5실점(3자책) 평균자책 1.88의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그리고 마침 1군 선발진에 자리가 생겼다. 외국인 투수 네이선 와일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여기에 마땅한 5선발이 없던 상황에서 설 감독은 박준현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이날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고졸 루키 투수 간 자존심 대결이 성사됐다. 상대 선발은 삼성이 3라운드 29순위로 뽑은 동갑내기 장찬희였다. 장찬희는 삼성이 올해 가장 기대하는 투수 자원 중 하나다. 둘은 경기 초반 팽팽한 투수전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박준현이 시속 150㎞대 후반의 강속구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1회 1사 후 두 번째 타자 류지혁에게 던진 초구는 스피드건에 시속 158.7㎞가 찍혔다. 이는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시스템 트랙맨 기준으로 시즌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이었다. 앞서 팀 선배인 안우진이 지난 24일 고척 삼성전에서 1회초 박승규를 상대로 던진 공이 시속 160.3㎞를 찍은 게 가장 빨랐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박준현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2회 르윈 디아즈에게 중전 안타, 최형우에게 볼넷, 김헌곤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전병우를 내야 뜬공, 김도환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3회에는 2사 1·2루에서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4회에도 무사 1·2루에서 실점을 하지 않았다.
박준현은 5회 1사 1루에서 내야 수비 실책이 겹쳤지만 흔들림 없이 첫 선발 임무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투구 수는 총 95개였다. 직구(57개), 슬라이더(31개) 중심으로 커브(7개)까지 단 세 구종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박준현은 “아버지가 경기에 들어가면 맞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보고 던졌다”며 “초반에 급했던 것도 있고 제구도 좋지 않았다. (포수 김)건희 형과 코치님이 경기 중간중간에 자신있게 던지라고, 힘 빼라고 얘기해줘 5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 뒤에 형들이 잘 던져줘 선발승을 챙겼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 아드레날린이 좀 많이 나왔다. 2군에서 던졌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나왔고 구속에 만족한다”고 했다.
살 떨리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선발진에 남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박준현은 “(선발에) 욕심이 있다. 나쁘지 않게 던졌으니까 한 번 더 기회를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삼성 선발 장찬희도 3이닝 1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펼쳤으나 타선이 찬스에서 침묵했다. 키움과 같은 8안타를 쳤으나 한 점도 내지 못한 삼성은 7연패에 빠졌다. 키움은 삼성과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지난해 8월5~7일 창원 NC전 이후 262일 만에 스윕을 달성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연장 10회 터진 박준순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잠실 라이벌’ LG에 4-3으로 재역전승, 싹쓸이 패배 위기를 벗어났다.
1929
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 | 조용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632쪽 | 3만2000원
1929년 10월24일 아침 뉴욕증권거래소 앞에는 수천명의 군중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들의 재산과 어쩌면 국가의 운명까지도 뒤흔들 개장 벨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벨이 울리자 비명과 손짓,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 소리와 함께 유혈 사태가 시작됐다. 전국에서 쏟아진 매도 주문이 눈보라처럼 시장을 덮쳤고, 증권사들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한 고객의 계좌를 강제 청산하다 이내 원금 회수와 상관없이 어떤 가격에라도 팔아치우려했다. 그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이 최악의 하루는 ‘검은 목요일’로 불리며 증시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1929년 10월24일부터 29일까지 뉴욕 증권시장을 휩쓴 주가 대폭락은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의 도화선이 됐다. <1929>는 그 패닉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번영의 정점에서 파국으로 치달았던 자본주의의 가장 극적인 장면들을 복원해낸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앤드루 로스 소킨은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베스트셀러 <대마불사>에 이어 8년에 걸쳐 쓴 <1929>에서 역대 최악의 시장 붕괴의 실체를 낱낱이 그려낸다. 만만치 않은 두께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앉은 자리에서 몰아보게 되는 금융 논픽션이다.
책은 1929년 2월의 불길한 징후부터 1933년 6월21일 위기의 주역 찰스 미첼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떠나가는 장면까지 52개월의 타임라인을 촘촘하게 재구성했다. 저자는 경제 지표를 나열하는 대신, 위기를 스스로 설계하고 파멸의 덫에 걸려든 ‘내부자들’의 드라마에 주목한다. 공격적인 투기를 주도한 내셔널 시티 은행(시티은행의 전신)의 찰스 미첼 회장, 막후 실세였던 JP모건 사람들, 무모한 공매도를 시도하던 전설적인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 등 월스트리트 거물들의 야망과 기만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장기 호황이 이어지던 1920년대 미국은 자동차, 세탁기 등 현대 소비 경제가 탄생한 시기였다. 그리고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세상을 뒤바꾸고 있었다. 당시 가정용 라디오가 수백만대 팔리고 청취자가 380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미래의 잠재력은 무한한 듯 보였고, 주가도 그랬다. 라디오 회사 RCA는 주가가 1921년 1.5달러에서 1928년 85.5달러로 급등했고, 큰손들의 통정매매로 1929년 3월 109.25달러까지 찍었다.
이러한 풍요를 가능케 한 주역은 ‘지금 사고 나중에 갚는’ 신용이라는 마법이었다. 당시 중산층이면 주식 구매액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빌리는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쓸 수 있었다. 성장에 대한 탐닉은 맹목적인 투기로 변질됐다.
“유혹은 수천년간 인류의 어리석음을 부추겨왔다. 그것이 에덴동산의 뱀이든, 암호 화폐든, 인공지능이든 상관없다. 새로운 물결이 밀려올 때마다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으므로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굳건히 생각한다. 그러나 비극은 반복된다. 1929년에도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
시장이 붕괴의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도, 이런 과열이 무모한 투기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1907년 공황 이후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를 만들었고, 금융 시스템이 안전해졌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다. 경제의 펀더멘털 역시 견조해 보였다. 하지만 파국의 전조는 그 믿음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뉴욕증권거래소 소장 리처드 휘트니는 대중 앞에선 시장의 건전성을 역설하면서도 뒤로는 고객 자산을 빼돌려 투기를 일삼았다. 월스트리트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던 찰스 미첼은 무모한 투기와 이해상충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계열사를 동원해 주가를 띄우고 위험한 증권을 대중에게 떠넘겼을 뿐 아니라, 막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손실 난 주식을 아내에게 넘기는 위장 매매까지 벌였다. JP모건을 비롯한 거대 은행들은 정계 유력자들에게 뇌물에 가까운 특혜 주식을 배정하며 규제의 칼날을 무디게 했다. 연준은 관망 속에 골든타임을 놓쳤고, 허버트 후버 행정부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던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거품이 터진 뒤 그 충격은 보통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1932년 주가는 1929년 정점 대비 80% 이상 폭락했고, 1만1000개에 달하는 은행이 문을 닫았다. 약 13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은 23.6%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은 양철 오두막에 몸을 누이고 무료 급식소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부랑자들은 철도를 따라 떠돌았다. 뼈아픈 반성과 제도의 전환도 뒤따랐다. 청문회를 통해 금융권의 추악한 관행이 드러났고, 이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한 글라스-스티걸법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현대 금융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다.
새로운 기술과 부의 약속, 그리고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풍경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장밋빛 전망은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중투자자들의 열기, 정치의 난맥상, 규제와 시장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1929년의 이야기를 현재형으로 바꿔놓는다. AI를 둘러싼 기대가 산업 전반과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한국에도 이 책은 오늘의 낙관을 차분히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1929년이 주는 교훈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잊어버리는지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치료제는 규제도 아니고 의심도 아니며, 바로 겸손이다. 즉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시장도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고, 어떤 세대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우리가 가진 확신의 높이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추락한다.”
좌우 대칭 정중앙은 왕의 자리푸른 산·붉은 소나무 대비 강렬뒤편에 그려진 ‘해반도도’ 이채화려한 복숭아, 선계 풍경 연출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유독 오래 머무는 그림이 있다.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등이 그려진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다. 1만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의 배경으로 익숙한 이 그림은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린 ‘고 이건희 기증품 순회전’에서도 현지 관람객들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이 세계인에게 어떻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그림을 마주하며 느끼는 첫인상은 단연 강렬함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고, 다섯 개의 봉우리와 물결, 쏟아지는 폭포가 좌우대칭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진한 광물성 안료(물감)를 사용해 그려진 이 그림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기보다 정교하게 계산된 문양의 조합에 가깝다. 그러기에 여느 일반적인 산수화와는 다른 독보적이고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조형미가 단순히 감상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되는 그림 정중앙에 주인공이 앉음으로써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권위를 극대화하는 시각적 효과를 얻는다. 이 신성한 상징의 주인공은 왕이었다. 일월오봉도는 왕의 통치 공간은 물론 사후에 시신을 모시는 빈전(殯殿)이나 3년상을 치르는 혼전(魂殿), 그리고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신 진전(眞殿)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왕의 곁을 지켰다. 물론 왕비나 왕자 등도 의례나 상황에 따라 사용했기에 엄밀히 ‘어좌전용’은 아니었으나, 어좌에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어좌용’ 그림은 분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일월오봉도(위 사진) 역시 이러한 맥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창경궁 함인정(涵仁亭) 어좌에 설치되었던 그림이다.
함인정은 본래 국왕의 일상 집무 공간인 문정전의 후전(後殿)이었으나, 문정전이 혼전으로 자주 쓰이게 되면서 문정전을 대신해 왕이 실질적인 업무를 보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이곳 어좌에 일월오봉도를 설치함으로써 왕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일월오봉도와 마찬가지로 붉은 해와 흰 달 아래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산의 굴곡마다 금니(金泥)가 화려하게 덧칠되어 있다. 특히 산맥은 극도로 평면화되고 추상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19세기 말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양편의 붉은 소나무들은 푸른색 산과 선명한 색채 대비를 이룬다. 꼼꼼한 붓질과 채색은 당시 화원들의 숙련된 기량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 현전하는 수십점의 일월오봉도 중에서도 단연 백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작품의 가치는 일월오봉도 뒤편에 그려진 그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림 뒷면에는 ‘해반도도(海蟠桃圖·아래)’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다른 일월오봉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구성이다. 그림 속 복숭아는 3000년마다 한 번 열린다는 신선 세계의 과일로, 영원한 삶을 염원하는 불로장생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바다를 향해 역동적으로 꺾인 나뭇가지와 탐스러운 열매는 일월오봉도의 장엄함과는 다른 화려함을 선사하며, 어좌 뒤편의 복도 쪽에서도 신비로운 선계(仙界)의 풍경을 연출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왕의 공간을 신성한 장소로 변모시킨 일월오봉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도상이다. 해와 달, 다섯 봉우리 등이 하나의 고정된 기호를 이루며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습은 오직 조선의 궁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이웃 나라 학자들이 이 그림에 유독 깊은 호기심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독창성에 있다. 비록 우리가 아직 일월오봉도의 복잡한 도상 원리를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지만, 작품에서 뿜어나오는 강렬함은 수백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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