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부장검사출신변호사 “정상 작전인 줄 알았다”…시민과 대치한 계엄군, 처벌은 어디까지? [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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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폭력적 수단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이런 일반적인 사정 외에도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군과 경찰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고, 우리 사회가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겐 무기징역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실행을 가장 가까이에서 논의한 ‘내란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이들의 지시에 따라 국회 정문을 막고,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가 출동하는 데 직접 관여한 군 간부들이 매주 법정에 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계엄군 지휘부에 대한 재판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직접 소통했던 군사령관 5명이 지난달부터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다.
이들 사령관으로부터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에 진입하라’ ‘이재명·한동훈·우원식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행에 옮겼던 이들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현태 전 특전사 707특임단장(대령),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준장),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준장),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대령),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전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 등 6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 14일 시작됐다.
이들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다가 현직에서 파면돼 민간인 신분이 된 이후로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왔다.
곽 전 사령관을 제외한 모든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전달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거나 “일단 계엄이 선포된 이상 군인이 상관 명령에 따르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장 군인들로서는 윤 전 대통령의 계획이나 목적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집단과 ‘국헌문란 목적’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란죄는 여러 사람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행위했을 때 성립하는 ‘집합범’으로, 수행한 역할에 따라서 우두머리·중요임무종사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집단과 공모가 없었다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이유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던 김용군 예비역 대령,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계엄 당일 자정쯤 병력 269명과 함께 국회에 갔던 이상현 전 단장 측은 “직속 상관인 곽종근 전 사령관의 명령을 받았을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것 외에 주어진 정보는 없었고, 대태러 상황에 대한 정상적 군사작전으로 생각했다”며 “당시 제한된 정보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한 군인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계엄 당일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던 김현태 전 단장 측도 “당시 포고령의 존재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헌문란 목적과 관련한 정보는 일절 제공받지 못한 채 ‘건물 봉쇄’ 지시만 받았다”며 “국회 출동의 목적, 배경,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관의 지시를 단편적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군인들에게는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계획이 공유되지 않았다’고 본 점도 무죄의 근거로 들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과 김용현은 보안 유지 또는 반발 가능성을 고려해 있는 그대로 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 때문에 사령관들 입장에서는 군인으로서 명령이 떨어지면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김용현이 말한 그런 상황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우려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계엄 직후 수사를 시작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계엄에 가담한 핵심 부대의 ‘사령관급’ 인사들과, 실제 계엄 관련 조치를 실행한 장교들까지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내란 사태와 관련한 처벌 기준을 어떻게 세워나갈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다음 달 12일, 한 전 총리의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7일에 나온다.
이들은 마지막 최후진술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온몸을 바쳐서 막아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무차별 탄핵을 남발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탄핵소추가 문제였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고 당황스러웠던 계엄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이 지나간 지금 시점에야 모든 것이 명료해보일지 몰라도, 어느 누구라도 그 자리에선 저와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한 전 총리도 지난 7일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더 많은 국무위원을 불러 비상계엄 선포 시간을 미루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계엄을 막지 못했다. 국민과 역사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물을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계엄 당시 원내대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심 재판은 오는 27일부터 열린다.
아리셀 화재 참사로 원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았다.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며 원심에서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됐던 ‘피해자와의 합의’는 항소심에서 적극적인 감형 사유가 됐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 심리로 22일 열린 박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원심 판결은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역대 최고 형량이었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 화재 대피 교육 및 훈련 부족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이 사건 화재 이틀 전 폭발 사고라는 중요한 전조증상이 있었다. 후속공정 중단이나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만 했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은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 전원,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다”며 “아리셀 사업장의 위험성을 외면하고 이익추구에만 몰두하였다거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제한적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원심 재판부는 “기업가는 (피해자와 합의한) 다른 기업가가 선처받는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한다”며 “이런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게 되면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하거나 급기야는 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해자들의 실질적이고 충분한 피해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은 것을 관련법 위반으로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에 대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없는 공장 3동 2층에 별도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장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선고가 이뤄지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피해자 유족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사람이 23명이 죽었는데 4년이 말이 되느냐”고 소리쳤다.
부당함을 호소하는 피해자 유족들을 향해 신현일 재판장은 ‘감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감치는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등 우려가 있는 사람을 법원 직권으로 구금하는 제도다. 다만 신 재판장은 “유족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유족이 아니면 (법정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소란을 피운 사람이) 유족분들이면 슬픔을 감안해 감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신하나 변호사는 “2심 판결은 중처법에 대한 사실상의 위헌 판단이자 산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를 갈기갈기 찢는 판결”이라며 “양형 부당이고 법리적 오해가 있다. 반드시 상고심에서 바로잡겠다”라고 밝혔다.
진지하게 물어보자. 정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만 이상한가. 문제는 장동혁 대표뿐인가. 뒤통수 사진으로 역대급 거짓말 파동까지 낳은 107석 제1야당 대표의 행보가 참담하지만, ‘장동혁 사태’는 12·3 내란을 겪고도 제대로 ‘절윤’하지 못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일인가.
장동혁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닌다고 비판받는다. 그러나 그 강성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층의 다수라는 사실은 함께 언급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이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2월4주차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8%는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의 65%는 무기징역형이 과도하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물러나야 하지만, 그의 사퇴가 곧 국민의힘의 변화와 보수 쇄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동혁 대표를 쫓아낸다 한들 한국 보수에는 재건을 추동할 정치적 동력도 없다. 자칭 보수에 남아 있는 유의미한 에너지는 부정선거, 혐중, 윤어게인뿐이다. 지난달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이 생중계한 부정선거 끝장토론의 동시 접속자가 30만명을 넘었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4월26일 기준 620만이다. 댓글에선 부정선거 주장을 비판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공격받았다. 반면 보수를 쇄신하고 국민의힘을 환골탈태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정치인의 선거용 레토릭을 제외하곤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와 국민의힘 사이의 정치적 공간도 거의 없다. 국민의힘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비워놓은 공간을, 우클릭한 이재명 정부가 채우고 있다. 뉴이재명 현상의 한 측면은 일부 보수층이 현 정부 지지층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보수 혁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신당을 창당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보수신당을 창당해도 이를 지지할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초 보수 재건의 에너지가 충분했다면, 합리적 지지층이 두꺼웠다면 보수의 리더는 유승민 전 의원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보수 진영 내부에 많지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적 곤궁함은 오히려 보수 재건의 불가능성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보수를 재건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보수는 가치이자 이념이다. 한국 보수의 양대 축은 성장과 미·일 중시 외교일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원석 전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의 희망은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했다.
현 정부 경제 기조는 인공지능·반도체를 앞세운 성장률 제고와 주식시장 부양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영남권에서는 “이재명이 제2의 박정희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노선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기조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중·러관계 관리로 요약되는데 자칭 보수세력 노선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실제 한·일관계는 순항 중이다. 한·미관계는 간혹 삐걱대지만 그렇다고 이를 현 정부 탓을 하기에는 의문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열어젖힌 각자도생의 국제정세를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절이다.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6·3 지방선거 후 더욱더 강해질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는 누가 할 것인가. 한국 사회 발전, 그리고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균형 잡힌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보수가 재건될 동력도, 필요도 없다면 누가 이 역할을 맡을 것인가.
진보정당이 살아나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이재명 정부가 일부 실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견제자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나와야 한다. 현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인공지능 산업 규제, 분배, 평등과 인권 이슈도 진보정당이 맡아야 할 영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하며 “중도좌파, 진보는 새로운 영역들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거대 양당이 모두 우향우로 가는 상황이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에 작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다만 그 좌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역사적 소명을 다한 자칭 보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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