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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가 법정에 갇히고, 사법부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오고 있다. 정당 내부의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채 사법부의 판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에 달하고 있다. 동시에 사법부의 판결을 정치적 진영 논리로 재단하고, 입법 권력을 동원해 사법 체계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사법의 정치화’ 양상도 뚜렷하다.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의 시행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강행 등은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정면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정치의 실종이 릴게임한국 사법의 위기를 부르고, 정치화된 사법이 다시 정치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가 대한민국 헌정 질서 전반에 걸쳐 견고해지는 형국이다.
◇정당 예비후보 생사여탈권 쥔 ‘서초동’… ‘공관위 위의 공관위’ 된 법원
여야 정치권은 다가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및 징계 결과를 둘러싼 전면적인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정당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공천 과정이 잇따라 법원의 가처분 심판대에 오르면서 정당의 자율적 문제 해결 능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이날까지 법원에 접수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최소 9건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릴게임바다신2 공천 배제) 결정에 불복해 낸 가처분 신청이 지난 3월3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인용되면서 당내 소송전이 격화됐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서울, 울산, 경북 포항 등에서 컷오프된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가처분 신청을 냈거나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관영 전북도 바다이야기 지사가 청년 당원 등에게 대리운전비를 건넸다는 의혹으로 당에서 전격 제명되자, 이에 불복해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에 제명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는 명목상 징계 불복이나 실질적으로는 후보 공천 자격을 회복하기 위한 사법적 대응이다.
과거 2022년지방선거 당시 지자체장 공천과 관련해 제기된 가처분 신청이 총 15건(인용 4건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당수 지역에서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즉각 법원의 개입을 요청하는 행태가 일상화된 것이다.
사법부는 그간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 당내 절차 개입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징계나 공천 갈등에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이 잇따라 인용된 것이 이번 줄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당내 갈등이 정치적 조정 기능을 잃고 법적 잣대에 의존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지 못하고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면서 후보자들이 법원에 호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사법부의 잦은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 임시지위가처분 실무편람을 대표 집필한 조용현 변호사는 “법원이 정당의 기본적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유사 소송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일반 단체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로고 [연합뉴스]
◇ 재판부 공개 저격과 국회 고발 남발…‘사법의 정치화’ 논란
정치가 법원에 판단을 맡기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사법부를 향해 강한 압박을 가하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친한(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 등의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인용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를 향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장 대표는 해당 재판장이 관심이 높은 사건을 ‘셀프 배당’하고 있다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서울남부지법은 연초 사무분담에 따른 원칙적인 배당이라며 장 대표의 주장을 공식 반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민주당 역시 사법부를 향한 직접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며 ‘사법의 정치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을 근거로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자 “자신을 법 위에 둔 오만한 태도”라며 대법원에 대한 현장 검증까지 거론했다. 나아가 범여권 주도로 비상계엄 등 특정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명분 삼아 설치를 강행한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서도 법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헌적 기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입법부의 사정기관 및 관계자 통제 시도도 제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후 지난해 연말까지 약 7개월 동안 국회 각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위증, 불출석, 국회모욕 등으로 고발된 건수는 95건에 달했다. 이는 20대 국회 전체 고발 건수(93건)를 넘어선 수치이며, 21대 국회(36건)와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개정되어 시행된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은 이 같은 고발 조치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개정안은 위원회 활동 기한 종료 후에도 국회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장이 고발을 기피할 경우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연서만으로 고발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불출석죄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위증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국회가 자체적인 타협보다 형사 처벌이라는 사법적 수단을 대폭 강화해 정쟁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2월12일 모습. 연합뉴스
◇법왜곡죄 시행 2주 만에 44건 접수, 허경영도 이용…조작기소 국정조사 파행
사법체계를 향한 입법부의 전방위적 압박은 ‘사법개혁 3법’ 통과와 국정조사 강행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판·검사 및 수사관을 10년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법왜곡죄’가 지난 3월12일 공포·시행된 이후, 일선 수사기관은 각종 고소·고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기준 법 시행 약 2주 만에 44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으며, 이 중 경찰 수사관 대상이 38명, 판·검사 대상이 3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기 및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 재판 중인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조차 지난 2일 열린 공판에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동원해 자신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을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고 법정에서 으름장을 놨다.
사법부 최고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2일 고발되어 현재 경찰 및 공수처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역시 법과 정치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의 대장동 및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7건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어 지난 3일 열린 국회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용 검사가 진행 중인 수사·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검사를 위증 및 국회 증감법 위반 혐의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불법 국정조사를 중단하라며 회의장에서 동반 퇴장했다.
◇사법부·학계 “양극화된 사회 속 법치주의 중대 위기”
법과 정치의 기능적 구분이 무너지는 탈분화(dedifferentiation)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사법부와 법학계 내부에서는 법치주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지난달 3일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같은 날 출근길에서 근거 없는 사법제도 폄훼나 개별 재판을 두고 법관을 악마화하는 행태를 중단해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학계의 진단도 일치한다. 한국법학교수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정치 체계가 스스로 사법부의 판단에 구속되거나 이를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위험한 상태로 규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극심해진 ‘정치의 사법화’가 법치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치의 사법화’는 법치주의를 더 공고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귀결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적으로 예민한 쟁점들, 예컨대 사형이나 이민 정책, 낙태 같은 문제를 정치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적 현안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리걸리즘(legalism)’ 현상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모든 정치 현안을 법의 문제로 만들고 이를 최선의 해결책처럼 정당화하는 게 리걸리즘”이라며 “법률가 집단의 과도한 정치 참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같은 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분의 8 이상인 80.9%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강경 정당 지지자를 꼽았다. 이 같은 정서적 양극화가 정치를 선악의 대결로 변질시키고, 상대방을 타협의 파트너가 아닌 응징과 사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삼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국가미래전략원 정연경 선임연구원은 이념 분포나 정책별 태도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특정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나머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서적 양극화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도 발견된다”며 “지지 정당에 대한 믿음이 강하거나 정치 엘리트 간 다툼이 심해서, 언론에서 정치권 갈등이 강하게 비춰져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에선 이런 정서적 양극화가 자기 검열과 정치의 사법화로도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세진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가 분열됐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기 검열이 강해지는 점이 확인됐다”며 “공론장은 소수에게 점령되고 민주주의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예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를 협상과 조정이 아닌 선악의 대결로 인식할수록, 정서적 양극화가 강해질수록 상대방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응징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청이 오는 10월2일 78년만에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으로 전환되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격변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치권이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사법부 흔들기에 의존하는 행태를 멈추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갈등 조정 기능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동반 위기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임성원 기자 sone@dt.co.kr
대한민국 정치가 법정에 갇히고, 사법부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오고 있다. 정당 내부의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채 사법부의 판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에 달하고 있다. 동시에 사법부의 판결을 정치적 진영 논리로 재단하고, 입법 권력을 동원해 사법 체계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사법의 정치화’ 양상도 뚜렷하다.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의 시행과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강행 등은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정면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정치의 실종이 릴게임한국 사법의 위기를 부르고, 정치화된 사법이 다시 정치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가 대한민국 헌정 질서 전반에 걸쳐 견고해지는 형국이다.
◇정당 예비후보 생사여탈권 쥔 ‘서초동’… ‘공관위 위의 공관위’ 된 법원
여야 정치권은 다가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및 징계 결과를 둘러싼 전면적인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정당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공천 과정이 잇따라 법원의 가처분 심판대에 오르면서 정당의 자율적 문제 해결 능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이날까지 법원에 접수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최소 9건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릴게임바다신2 공천 배제) 결정에 불복해 낸 가처분 신청이 지난 3월3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인용되면서 당내 소송전이 격화됐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서울, 울산, 경북 포항 등에서 컷오프된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가처분 신청을 냈거나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관영 전북도 바다이야기 지사가 청년 당원 등에게 대리운전비를 건넸다는 의혹으로 당에서 전격 제명되자, 이에 불복해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에 제명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는 명목상 징계 불복이나 실질적으로는 후보 공천 자격을 회복하기 위한 사법적 대응이다.
과거 2022년지방선거 당시 지자체장 공천과 관련해 제기된 가처분 신청이 총 15건(인용 4건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당수 지역에서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즉각 법원의 개입을 요청하는 행태가 일상화된 것이다.
사법부는 그간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 당내 절차 개입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징계나 공천 갈등에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이 잇따라 인용된 것이 이번 줄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당내 갈등이 정치적 조정 기능을 잃고 법적 잣대에 의존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지 못하고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면서 후보자들이 법원에 호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사법부의 잦은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 임시지위가처분 실무편람을 대표 집필한 조용현 변호사는 “법원이 정당의 기본적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유사 소송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사안이 중대할 경우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일반 단체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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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 공개 저격과 국회 고발 남발…‘사법의 정치화’ 논란
정치가 법원에 판단을 맡기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사법부를 향해 강한 압박을 가하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친한(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 등의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인용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를 향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장 대표는 해당 재판장이 관심이 높은 사건을 ‘셀프 배당’하고 있다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서울남부지법은 연초 사무분담에 따른 원칙적인 배당이라며 장 대표의 주장을 공식 반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민주당 역시 사법부를 향한 직접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며 ‘사법의 정치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을 근거로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자 “자신을 법 위에 둔 오만한 태도”라며 대법원에 대한 현장 검증까지 거론했다. 나아가 범여권 주도로 비상계엄 등 특정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명분 삼아 설치를 강행한 ‘내란전담재판부’를 두고서도 법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헌적 기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입법부의 사정기관 및 관계자 통제 시도도 제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후 지난해 연말까지 약 7개월 동안 국회 각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위증, 불출석, 국회모욕 등으로 고발된 건수는 95건에 달했다. 이는 20대 국회 전체 고발 건수(93건)를 넘어선 수치이며, 21대 국회(36건)와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개정되어 시행된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은 이 같은 고발 조치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개정안은 위원회 활동 기한 종료 후에도 국회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장이 고발을 기피할 경우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연서만으로 고발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불출석죄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위증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국회가 자체적인 타협보다 형사 처벌이라는 사법적 수단을 대폭 강화해 정쟁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2월12일 모습. 연합뉴스
◇법왜곡죄 시행 2주 만에 44건 접수, 허경영도 이용…조작기소 국정조사 파행
사법체계를 향한 입법부의 전방위적 압박은 ‘사법개혁 3법’ 통과와 국정조사 강행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판·검사 및 수사관을 10년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법왜곡죄’가 지난 3월12일 공포·시행된 이후, 일선 수사기관은 각종 고소·고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기준 법 시행 약 2주 만에 44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으며, 이 중 경찰 수사관 대상이 38명, 판·검사 대상이 3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기 및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 재판 중인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조차 지난 2일 열린 공판에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동원해 자신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을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고 법정에서 으름장을 놨다.
사법부 최고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2일 고발되어 현재 경찰 및 공수처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역시 법과 정치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의 대장동 및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7건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어 지난 3일 열린 국회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용 검사가 진행 중인 수사·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퇴장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검사를 위증 및 국회 증감법 위반 혐의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불법 국정조사를 중단하라며 회의장에서 동반 퇴장했다.
◇사법부·학계 “양극화된 사회 속 법치주의 중대 위기”
법과 정치의 기능적 구분이 무너지는 탈분화(dedifferentiation)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사법부와 법학계 내부에서는 법치주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지난달 3일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같은 날 출근길에서 근거 없는 사법제도 폄훼나 개별 재판을 두고 법관을 악마화하는 행태를 중단해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학계의 진단도 일치한다. 한국법학교수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정치 체계가 스스로 사법부의 판단에 구속되거나 이를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위험한 상태로 규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극심해진 ‘정치의 사법화’가 법치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치의 사법화’는 법치주의를 더 공고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귀결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적으로 예민한 쟁점들, 예컨대 사형이나 이민 정책, 낙태 같은 문제를 정치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적 현안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리걸리즘(legalism)’ 현상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모든 정치 현안을 법의 문제로 만들고 이를 최선의 해결책처럼 정당화하는 게 리걸리즘”이라며 “법률가 집단의 과도한 정치 참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같은 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분의 8 이상인 80.9%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강경 정당 지지자를 꼽았다. 이 같은 정서적 양극화가 정치를 선악의 대결로 변질시키고, 상대방을 타협의 파트너가 아닌 응징과 사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삼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국가미래전략원 정연경 선임연구원은 이념 분포나 정책별 태도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특정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수록 나머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서적 양극화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도 발견된다”며 “지지 정당에 대한 믿음이 강하거나 정치 엘리트 간 다툼이 심해서, 언론에서 정치권 갈등이 강하게 비춰져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에선 이런 정서적 양극화가 자기 검열과 정치의 사법화로도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세진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가 분열됐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기 검열이 강해지는 점이 확인됐다”며 “공론장은 소수에게 점령되고 민주주의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예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를 협상과 조정이 아닌 선악의 대결로 인식할수록, 정서적 양극화가 강해질수록 상대방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응징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청이 오는 10월2일 78년만에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으로 전환되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격변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치권이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사법부 흔들기에 의존하는 행태를 멈추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갈등 조정 기능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동반 위기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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