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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막듯이 참을 자신이 깨우는 모를 사내연애로 있어.[서부원 기자]▲ 시험날 교실 앞으로 내놓은 한 아이의 가방에 태극기 위에 스스로 적어넣은 '애국보수'와 'STOP THE STEAL' 글귀가 선명하다. 그는 여전히 윤 대통령 탄핵은 잘못된 거라고 믿고 있다. 뒤로 세월호 노란 리본을 매단 가방도 보인다. 지금 교실엔 극우화가 가랑비에 옷 젖듯 진행 중이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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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성급한 일반화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침소봉대라고 했다. 몇 해 전부터 남자 고등학교 교실이 급속도로 극우화하고 있다는 글을 써왔는데,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극소수 아이들의 되바라진 행동을 마치 보편적인 또래 문화인 양 과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극우라 생선 는 개념부터 정립한 뒤 비판하라는 질책도 들었다.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말썽꾸러기들을 향해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이어졌다. '문제아면 다 극우냐'는 거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극우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어 쏟아지는 질문에 아직 뾰족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시진핑은 '독재자', 트럼프는 '터프가이' 취업컨설팅
하여 전제해 둔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일지언정 아이들이 다음의 행태를 보이면, 극우로 분류한다. 첫째, 학벌 서열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한다. 둘째,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등을 대놓고 비하한다. 셋째, 페미니스트와 중국인에 대해선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넷째, 공산주의와 북한에 대한 증오로 인해 공산화를 막아내고 경제 월세보증금대출조건 성장을 이뤄낸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실 요즘 아이들에게 이 네 가지는 개별적이지 않다. 이른바 '시험 능력주의'를 신봉할수록 인종 혐오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 나아가 반페미니즘과 반중국 성향도 강하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권을 거침없이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는 미국에 고지훈중고차 대해선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 시진핑은 '독재자'고, 트럼프는 '터프가이'다.
학교에서 극우적 행태를 보이는 아이들이 목소리는 크지만, 숫자로 치면 아직은 소수다. 대다수는 그들의 되바라진 행동에 별 관심이 없을뿐더러 부러 표현하진 않지만, 못마땅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개 소 닭 보듯 하거나 물과 기름처럼 그들과 말을 섞는 것 자체를 꺼린다.
그렇다고 안심하거나 무시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거친 비유이긴 하나, 극소수의 암세포가 절대다수의 정상세포를 공격해 급기야 거대한 생명체의 숨통을 끊어내는 것처럼 교실의 극우화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곤란하다. 이른바 '요란한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지배하는' 현실은 학교 안이 교문 밖보다 훨씬 심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을 넘었다 싶은 극우적인 행동이 요즘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자주 듣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이를 바루어야 할 교사들조차 별 문제의식이 없다. 나날이 이념적·경제적으로 양극화하고 물신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세상의 어쩔 수 없는 변화 정도로 인식한다.
극우가 시나브로 대세가 되어 가는 모양새다. 요즘 아이들은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예외 없이 "선생님은 친중파세요?"라고 반문하고, 숫제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수업을 방해한다.
돈 많이 버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
돈에 대한 욕망도 유별난 세대다. 공부해서 대학에 가려는 것도, '인 서울'에 목매다는 것도, 의치대 진학을 위해 'N수'를 불사하는 것도, 오로지 돈 때문이다.
교사 앞에서 버젓이 돈을 많이 버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일말의 거리낌이나 부끄러움도 없다. 누군가 10억 원만 준다면 대신 감옥살이도 할 수 있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큰돈을 벌 수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조언할라치면, '공자님 납시었다'며 조롱으로 응수한다.
예전엔 '돈 밝히는' 사람을 은연중에 손가락질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 시선을 보냈다간 'PC주의'로 몰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6·25 전쟁과 4·19 혁명의 선후 관계도 모르는, 공부에 젬병인 아이들조차 'PC주의'라는 어려운 용어는 척척 설명해 낸다. 흔히 '정치적 올바름'으로 번역되는 'PC주의'를 경멸한다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가짜 뉴스인들 무슨 상관?
'확증편향'도 더는 기성세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튜브든, 웹툰이든, 아이들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확증편향'이 그들끼리의 또래 문화와 결합하면서 알고리즘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한다. 적어도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는 네이버와 다음에 버금가는 포털이다. 매일 접속할뿐더러 그곳을 통해 사회와 소통한다.
그곳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정보가 '짤'의 형태로 범람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짜 뉴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친구들 모두가 알고 있고, 그들끼리 대화의 소재가 되는 SNS의 콘텐츠라면 일단 신뢰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식이고, 심지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가짜 뉴스인들 무슨 상관이냐는 투다.
그들에겐 '연예인'이란 말보다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고, 이는 기실 유튜버와 동의어다. 유튜브 콘텐츠가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예능이든 뭐든 지상파 방송은 너무 길어 아무리 재미있어도 끝까지 보기가 힘들다면서, 10분이 넘는 영상은 무조건 거른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영상이란 '쇼츠'나 '릴스' 등을 의미한다.
작년 말 지역의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 극우 유튜버를 졸업식의 연사로 초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여성과 중국 혐오를 대놓고 부추기던 신남성연대의 배 모 대표였다. 다행히도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고, 사전 녹화한 동영상으로 축사를 대체했다.
행사를 주관한 학생자치회 아이들이 그를 초청한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 다수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라는 거다. 듣자니까,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는 웬만한 지상파 방송보다 인기가 있는 채널이라고 한다. 요즘엔 기존의 연예인들조차 청소년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 출연보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는 걸 선호한다.
▲ 고등학교 3학년 교실 2021.11.11
ⓒ 연합뉴스
결은 약간 다르지만, '재미 지상주의'에 관한 한 대학생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학 진학 후 총학생회에서 활동한다는 졸업생 제자의 전언에 의하면, 총학생회의 최대 역점 사업이 대학 축제였다고 한다. 축제 때 초청된 연예인의 '급'이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의 절대적 기준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몇 시간짜리 공연 출연료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도 '학우들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학교의 이름값에 걸맞은 연예인을 모시기 위해 당선 직후부터 다 걸기 하는 게, 전국 모든 대학 총학생회의 '불문율'이라고 단언했다. 언제부턴가 대학 축제는 유명 연예인의 대규모 초청 공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돼버렸다.
명색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총학생회의 역점 사업이라면, 급변하는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 등이 부합한다. 총체적 퇴행으로 점철됐던 지난 윤석열 대통령 치하의 대학이라면 서울과 지방 나눌 것 없이 교정에서 시국 토론회와 집회가 수시로 열리는 게 정상이다. 대학이 제구실 못 하는 곳이라면 이미 죽은 사회다.
총학생회도 할 말은 있다.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주제 삼은 토론의 장은 열어봐야 찾아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볼멘소리한다. 특정 분야의 권위자를 어렵사리 초빙해 학술 강연회를 개최해도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전부일지언정 썰렁한 강연장보다는 여럿이 모이는 콘서트장이 백 번 낫다는 거다.
물신주의와 재미 지상주의, 극우화로 치닫는 징검다리
섣부르지만, 요즘 아이들의 극단적인 물신주의와 '재미 지상주의'가 극우화로 치닫는 징검다리라고 본다. 하긴 그들만 탓하기도 뭣하다. 그들의 행태를 바루어야 할 교사조차도 만나면 온통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뿐이고,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을뿐더러 혼자 용쓴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패배주의에 허우적대고 있다.
인기 유튜버가 장래 희망이라는 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바람이 두렵다. 그는 평범한 콘텐츠로는 돈을 못 번다며, 단숨에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자신만의 '비법'을 들려주었다. 일단 찰진 욕설과 외설적 장면을 입히면 내용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조회수는 나온다고 했다. 진짜 뉴스보다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가짜 뉴스가 더 인기 있는 법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가 유튜버를 꿈꾸는 건 오로지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학자들이야 지금 그의 행동이 극우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난 그가 머지않아 내로라하는 '극우 청년'이 되어 나타나리라 확신한다. 애어른 할 것 없이 자본의 논리에 포획된 행동의 종착점은 결국 극우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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