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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0년 지기’의 한국 방문이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 거장 에사페카 살로넨(67)이 오랜 친구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8)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올 때마다 아주 기분 좋은 추억을 안고 가는 곳이에요. 관객도 공연장도 너무나 좋아요. 이번엔 가족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에사페카 살로넨)
에사페카 살로넨은 25일 오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을 찾은 소감주가
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26일 인천아트센터,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위해 뉴욕필과 함께 내한했다. 살로넨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음악감독이다.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1980년대에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처음 만나 협연, 어느덧 40년의 인연을 맺은 살로넨과 지메르만의 만남이라는 점, 오랜 지기와의 협주식토론
연에 지메르만이 무려 30년 만에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지메르만은 앞서 고국인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비판, 2009년부터 미국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물론 미국에서의 그 어떤 연주도 하지 않았다. 지메르만은 1979년 뉴욕필과 첫 협연을 했고, 1996년을 마지막으로 한 무대에 서지 않았다. 마티아스 타르노폴스SJM 주식
키 뉴욕 필하모닉 최고경영자(CEO)는 “지메르만과의 협업은 사실 매우 드문 일이라 그런 차원에서도 우리에겐 매우 특별하다”며 “위대한 두 예술가와 이번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지메르만과 뉴욕필의 협연이 성사된 것은 오랜 인연을 맺은 지휘자 살로넨 덕분이다. 공연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의 김용관 대표는 “뉴욕필과의 1억원재테크
서울 협연을 제안하자 지메르만은 지휘자가 누구냐고 먼저 물었다”며 “살로넨이라고 답하자 꼭 하고 싶다는 답변을 들려줬다”고 했다. 두 사람이 서울에서 협연하는 것은 2018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이후 처음이다.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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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르만은 197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 피아니스트로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보였다. 2019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에 13번째로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완벽주의자 지메르만은 연주뿐만 아니라 연주를 앞두고 제반 돼야 할 모든 준비 과정에서도 깐깐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메르만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것도 22년만이다. 공연 중 녹음, 촬영을 극도로 꺼리는 그는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 당시 공중에 걸린 마이크를 발견하고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지 않았다.
이번 예술의전당 공연을 통해 지메르만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들려준다. 살로넨은 “한국에서 오랜 친구와 다시 만난다는 것은 내게도 특별한 기쁨”이라며 “지메르만은 여러 면에서 아주 이례적이고 특별한 아티스트”라고 했다.
“사실 지메르만과 협업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그렇게 다양한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는 어떤 곡을 연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곡에 대해 속속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연구하고 조사하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죠. 지메르만은 누군가의 해석,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해석이 아니라 이 곡은 마땅히 그렇게 해석돼야 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해석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예요. 어떤 것도 섞이지 않은 깨끗하고 맑은 물과 같은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죠”. (에사페카 살로넨)
살로넨과 뉴욕필의 인연도 깊다. 둘은 1986년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40년 가까이 꾸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뉴욕필 관악 파트 최초의 한국인 단원인 손유빈(플루트)은 “살로넨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존경하고, 같이 연주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뉴욕필에선 거의 매년 한 번 이상은 공연을 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게스트 지휘자다. 이번에 살로넨과 함께 투어를 간다고 했을 때 멤버들 모두 너무나 좋아했다”고 말했다.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 뉴욕필하모닉 CEO [연합]


한국 공연에선 프로그램도 달리 구성했다. 지메르만과의 협연(6월 27일)에선 베토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교향곡 3번 ‘영웅’)으로만 꾸민다. 살로넨은 “베토벤의 두 곡은 혁명적인 작품이다. 특히 (3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이상을 잘 담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피날레 부분은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나 K팝처럼 당시 사교계에서 인기 있던 춤곡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 “협주곡 4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등하게 연주하는 것이 독특한, 매우 전향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28일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드뷔시의 ‘바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대표 작품도 들려준다. 살로넨은 “드뷔시의 ‘바다’는 어린 시절 잠이 오지 않을 때 듣던 곡이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외계에서 지구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주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살로넨은 세계 지휘계를 좌지우지하는 소위 핀란드 ‘지휘 사단’이다. 서울시향을 이끌었던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 KBS교향악단을 이끈 피에타리 잉키넨 전 음악감독, 20대의 지휘 천재로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한 클라우스 메켈레도 핀란드 출신이다.
그는 “핀란드 지휘자의 성공 요인은 1970년대에 정립된 교육제도에 있다”며 “무료 음악 학교가 있고 신생아부터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클래식을 중시하는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 이후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등 국가 정체성을 세우기 쉽지 않았는데, 음악이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필은 1978년에 처음 내한, 11년 전이었던 2014년 한국을 찾다 한동안 걸음이 뜸했다. 타르노폴스키 최고 경영자는 “한국과 뉴욕필은 길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내한은 뉴욕필이 특별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때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새롭다”고 했다. 뉴욕필은 몇 해 전 뉴욕필의 전용 공연장인 데이비드 게펜 홀이 문을 열었고,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단원이 합류했다. 내년 9월엔 구스타보 두다멜이 새 예술감독으로 합류한다.
그는 “지금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가기 위한 여정에 있다. 이번 한국 투어를 통해 그 미래의 일부를 미리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