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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좀비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자원 배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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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6-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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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시는가? 주가는 분명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현저히 느슨해졌다.
    최근 미국 증시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뚫고 빠른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큰 조정 없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주가가 쉼 없이 오르는 동안 미국 경제는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다. 그렇지만 경기 후퇴가 없는 사상 최장기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늘고 긴’ 성장인 셈인데, 성장의 강도와 기간이 매우 이례적이다.
    늘어난 유동성, 생산적 분배 안 돼
    2009년 이후 미국의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다. 자본주의 황금기로 불렸던 1950년대(3.6%)와 1960년대(4.3%)는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했던 1970년대의 3.2%보다도 낮다. 그렇지만 2009년 이후 미국 경기가 심각하게 하강했던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2개월이 전부였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판명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6월에 바닥을 친 후,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2월까지 128개월 연속 팽창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도 단 2개월에 그쳤고, 이후 현재까지 팽창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장기 호황이 이어졌던 1950년대에도 불황의 기간은 18개월이 있었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도 각각 10개월과 27개월의 불황이 기록됐다. 1980년대에는 22개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 혁명이 있었던 1990년에도 8개월의 불황이 나타났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됐던 2000년대의 불황 기간은 18개월이었다.
    2009년 이후로는 경기가 좋았다기보다는 종종 경험하게 마련인 심각한 침체가 이례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해석이 적절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주가지수는 3000포인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있다. 한편으론 성장률은 늪에 빠진 듯 가라앉고 있지만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외환위기, 대우그룹 파산,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카드버블 붕괴 등이 빈번히 발생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밋밋한 혹은 부진한 경기와 뜨거운 주식시장이라는 불균형은 ‘과잉 유동성’과 이에 따른 ‘좀비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면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보유 중인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풀린 돈의 양은 많다. 글로벌 경제에 풀린 돈의 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폭증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준의 수장으로 있었던 벤 버냉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모자라는 것보다는 넘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글로벌 경제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중앙은행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작은 위기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후퇴를 초래했던 2008년 금융위기의 트라우마가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행동을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제활동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더 강화됐다. 총량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를 넘어 개별 기업을 사실상 직접 지원하는 조치도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미국 내 은행 자산규모 4위인 와코비아은행이 위기에 내몰리면서 예금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했다. 2023년 2월 자산규모 16위 실리콘밸리은행이 휘청거릴 때 연준 수장을 거쳤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은행 예금에 대한 무제한 보호를 공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큰 자산규모 4위 은행이 흔들릴 때보다 더욱더 강력한 보호 조치가 16위 은행에 취해졌던 셈이다. 예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주식 등 자산시장만 풍선효과
    폭발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의 회복 강도가 미미했던 것은 늘어난 유동성이 생산적으로 분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위적 저금리와 지원책으로 살아남은 좀비(기업)들과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함께 섞여 있으니, 경제 전반의 효율이 높아지기 어렵다.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위기 발생을 원천봉쇄하니 심각한 경기 후퇴가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회복 탄성은 미약했다. 불황이 주는 미덕, 즉 경제의 자정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봐야 한다.
    시진핑 정권하의 중국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주의 이념이 강조되면서 국유기업의 민영화는 현격히 후퇴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국유기업에는 이윤이 절대가치가 될 수 없다. 마진보다는 고용의 안정이 더 중시될 테고, 이는 과잉공급으로 귀결되곤 한다. 중국의 일부 기업들은 약진하고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론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한편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인위적인 공급망 재편 역시 글로벌 경제 전반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있기도 하다.
    실물경제에서 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만이 늘어난 유동성의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다. 경제적 자원 배분 기제는 총체적으로 오작동하고 있다. 부실이 정리되지 않고 계속 쌓이니 경제의 체력은 약해지고, 구조조정은 더욱더 힘들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좀비가 정상적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 무조건적 지원은 좀비에게도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적자생존이 유일한 선이라는 정글 자본주의적 논리는 맹목일 테지만, 적절한 자정 작용 없이 시스템의 효율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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