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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은 '강화 지역 예술인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면서 출연료는 책정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1055만원. 2023년 예술인들이 창작활 야간수당 시간 동으로 벌어들인 연평균 소득이다. 올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 예술인 실태 조사' 결과에 담긴 통계다. 같은 해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2554만원)의 41.3% 수준이다. 상당수 예술인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업을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스타 예술인이 아닌 예술인의 삶은 고단하다. 전세계가 한국 문화를 주목하는 이른바 'K-문 미국모기지금리 화 전성시대'의 씁쓸한 뒷면이다.
사실 'K-문화 전성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선물이 아니다. 영광 뒤엔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고, 그 중심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시밭길을 걸으며 K-문화의 저변을 다져온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있다.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Golden'을 작곡하고 불렀던 이재의 뒤늦은 성공도 핸드폰 남은 할부금 이와 무관하지 않다.
K-문화의 붐을 계기로 "예술인의 생활과 창작활동을 지원할 정책이 필요하다"거나 "극소수 스타에게 가려진 대다수 예술인의 현실을 챙겨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 예술인 지원 정책은 'K-문화 전성시대'를 봄날은 간다 이어가기 위한 바람직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례로 경기도 수원시는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 837명에게 연간 150만원의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창작활동에 소득 개념의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거다.
지난 7월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 실효금리 기 위한 '예술인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축제 프로그램에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소득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모습과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지자체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인천광역시 강화군이다. 최근 들어 강화 지역 예술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화군의 이상한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지난 9월 25일 강화군이 내놓은 공지다. "강화 지역 예술인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지역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11월 22~23일 이틀간 '지역 예술인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하니 많이 참여해달라는 내용이다. 참가 자격은 강화군에 주소를 두고 활동하면서, 15분 이상의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예술인이나 단체로 한정했다.
그런데 이 공지 하단에는 이상한 내용이 포함됐다. "출연 보상금 등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습니다. 무대장치, 음향, 조명 외 악기는 지원하지 않으니 개인별 악기는 별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해 공짜로 공연을 해달라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강화 지역 예술인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온갖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예술인들은 정말 힘겹게 버텼다. 강화군은 그 당시 예술인을 위해 해준 것도 없으면서 갑자기 군민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지역 예술인들을 군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또다른 강화 지역 예술인은 "지역 예술인을 모아 공짜로 잔치를 열겠다는 지자체를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내가 자본주의에 찌들어서 그런 걸까"라면서 "과연 유명 가수들을 부르는 행사에서도 공짜 공연을 요청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강화군은 어떤 입장일까. 강화군 문화체육과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군민에게 공연을 제공하는 목적도 있지만, 재능 있는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지난 6월 지역 예술인을 상대로 '지역 예술인 뮤직페스티벌' 행사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따라서 '공짜 공연'이나 '재능기부'를 요청했다는 지적은 올바르지 않다. 더구나 출연료를 주면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 맹점① 비뚤어진 공짜 인식 =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 관계자의 설명엔 맹점이 적지 않다. 우선 이번 행사가 아마추어 예술인을 위한 것이란 이유로 출연료를 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강화군이 K-문화의 저변 확대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다면 아마추어 예술인에게 좀 더 합당한 대가를 주는 게 맞다. 그래야 지역 아마추어 예술인의 창작활동이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화군은 참가 신청 기준을 '15분 이상의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예술인'이라고 명시했다. 출연 가능한 기준을 설정하면서 출연료를 책정하지 않은 건 백번 양보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 맹점② 이상한 설문조사 = 강화군이 지난 6월 진행했다는 설문조사에도 빈틈이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지역 예술인들이 뮤직페스티벌 개최에 긍정적으로 답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설문 내용엔 '출연료가 없어도 참여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내용의 질문은 없었다. 설문에 참여한 강화 지역 예술인은 "당시 설문에 그런 질문이 있었다면 긍정적으로 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맹점 ③ 공선법 위반의 진실 = 문제는 또 있다. "출연료를 주면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강화군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강화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특정인에게만 책정된 기준보다 더 높은 출연료를 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출연자에게 정당하게 책정한 금액으로 출연료를 지급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화군청에도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강화군 관계자가 거짓 주장을 늘어놓은 셈이다.



한 강화 지역 예술인은 "유명 예술인이 아닌 경우엔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행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실상 예술인은 '을乙'이고, 부당한 일에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강화군의 인구소멸 문제를 문화예술로 극복할 수 없을지 고민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모임까지 있는데, 이번 강화군의 행태는 그런 예술인들의 뒤통수를 치는 거나 다름없다. 강화군이 지역 예술인도 군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 10월 1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에 이런 내용의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문화정책을 유명인 중심에서 지역 예술인과 주민 참여형 생활문화 중심으로 전환했다. 지역 예술인에게는 무대 기회를 대폭 넓혔고, 각종 축제에선 지역 예술인의 참여 비중을 높였다. 11월엔 '강화 지역 예술인 뮤직페스티벌'을 열어 지역 문화 활동의 저변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을 발표한 박 군수는 과연 '공짜 출연료' 논란을 알고 있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