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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커지는’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시장 선거 레이스···4선 박범계 출마선언, 강훈식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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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2-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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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추진되면서 초대 통합시장 자리를 노리는 여당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4선 중진 국회의원과 전직 시도지사 등이 가세하면서 후보군의 몸집과 당내 경선 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향후 당내 경선과 공천 판도를 뒤흔들 가장 큰 변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 여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4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서구을)은 11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성공을 위한 설계자이자 실행자가 되기 위해 초대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번 출마는 직함을 얻기 위한 선언이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 방식을 바꾸는 선택 앞에서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라며 “충남·대전통합특별시는 이재명 정부 5극3특 전략을 현장에서 증명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모델이며, 저는 이 흐름을 가장 오래 고민하고 가장 깊이 이해하며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재선의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과 초선인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이 대전·충남 통합특별시장 선거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박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대전에서만 7명의 현역 국회의원 중 3명이 시장 선거에 나서는 형국이 됐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인구 360만의 특별시를 이끄는 첫 통합시장으로서 큰 상징성을 갖게 되고 정치적 무게감도 달라지기 때문에 당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직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모두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당내 기득권을 가진 후보가 없고,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지지도가 높아 이번 선거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공천 경쟁에는 현역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전직 시도지사도 가세했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대전통합특별시를 힘차게 이끌어 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은 국회 4선의 중앙 정치 경험과 충남지사로서 자치행정 경륜을 쌓은 저 양승조뿐”이라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허태정 전 대전시장도 지난 2일 대전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과 대전을 하나 묶어 대한민국 제2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며 통합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시도지사 선거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3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대전과 충남을 무대로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든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이들 외에도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가 통합 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고,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당헌·당규에 따라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민주당 경선과 공천 구도의 가장 큰 변수와 관심사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선택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 부칙에는 통합시장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경우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직자 사퇴 시한과 상관 없이 법이 공포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직을 그만두면 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두고 강 실장의 출마 길을 열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수현 대변인은 전날 대전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실장 출마설에 대해 “저는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권유한다고 말씀드렸다”며 “현실적인 정치력과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는 오데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난 2022년 3월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주지사 집무실이 반파됐다. 이곳 주지사는 고려인 4세, 비탈리 김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현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 전쟁에 지쳤고, 전쟁이 없는 삶이 어떤 건지 잊어버렸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 하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2년 3월 상황을 설명해 달라
    “2022년 3월 29일 제 집무실에 마사일이 떨어졌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날 튀르키예에서 러·우 전쟁 평화 협상이 열리고 있었고, 남부 지역에서는 우리의 저항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러시아군이 진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민들의 회복력과 저항을 조직하는 비공식 ‘백오피스’가 있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중심지를 파괴하기로 결정했던 거다. 그 미사일 공격으로 37명이 사망했다”
    -러시아가 당신을 노렸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사무실 창문에 미사일이 정확하게 명중했다. 미사일은 정밀 유도 무기였고, 이후 우리 정보기관이 조사를 통해 누가 발사했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밝혀냈다. 민간 건물인데도 그들은 공격했다.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공격을 받고 어떤 기분이었나
    “전쟁 때문에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다양하다. 슬프게도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익숙해져 버린다. 러시아가 매일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이것은 잔혹한 전략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전진하고 싸워야 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나는 개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미사일 공격 이후에 안전조치는 강화됐나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게라니 미사일(자폭 드론)’ 공격 위험 아래 있다. 내 위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매일 일하고,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완전보안과 일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신변이 위험하다고 느끼나.
    “그렇다. 나는 러시아가 작성한 ‘살해 대상 명단(킬 리스트)’에 올라 있다. 나는 저항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미사일이나 다른 공격으로 쉽게 죽을 수도 있다”
    -전쟁 첫날 심정이 어땠나?
    “모든 팀원들을 불러 모아 상황을 분석한 뒤 저항 준비를 시작했다. 땅을 파고, 무기를 찾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는 정말로 ‘이제 2월24일 이전과 같은 삶은 절대 돌아올수 없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발발 4년째다.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평화 시기에는 경제 회복, 기반시설 건설, 개발, 사회적 필요 등이 먼저였다. 지금 우선순위는 그저 국방과 주민들의 안전이다.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모든 결정이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훨씬 더 크다. 사람들은 지쳐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정신은 여전히 강하다. 우리는 계속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평화롭던 세상에서는 어떻게 일했는지, 이제는 모두가 잊어버린 것 같다”
    -북한군도 한국인이다. 이들이 전장에 투압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너무 어리석은 희생이다. 제 감정은…(고민하다) 이 상황에 큰 감정이 없다는거다. 솔직히 남한 군인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 왔다면 아마 다른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폐쇄된 나라이고, 엄청난 프로파간다 속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다. 북한군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북한군이 기술이나 전술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보나
    “지휘관들과 정보부가 전장을 확인하고 분석한바에 따르면 ‘그렇다’다. 북한군은 새로운 전장에서 많은 걸 배웠다. 실수도 고치고, 향후 전투에서 사용할 경험을 축적했다. 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러시아가 어떤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기존 교리를 버려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았을 것이다. 또하나는 북한이 드론을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드론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고 곧 생산을 시작할 꺼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받고 자체 드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 사회는 북한군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일종의 제3차 세계대전 같은 흐름이 있다. 사람들은 평화 속에서 살고, 경제·사회·개발을 위해 돈을 쓰고,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익숙하다. 아무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나 러시아처럼 교육 수준이 낮고 선전은 강한 나라들은 싸울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은 이미 훈련되어 있고, 전쟁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한국이 전문적인 군대를 육성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잠재적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아직 낮다.
    “우리도 전쟁이 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은 단 한 시간 만에 일어났다. 지금 유럽도 똑같다. 전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아무도 1,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6·25 전쟁도 벌어질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다.”
    -전쟁이후 더 유능한 주지사가 된 것 같다.
    “경험과 지식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 그냥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조국은 우크라이나다. 내 피에는 한국의 영향이 많이 섞여 있고, 행동 방식도 한국적인 부분이 많다. 자랑스럽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내 고향도 우크라이나지만, 내 피에 한국의 피가 흐르는 것은 사실이다”
    - 전쟁 이후 당신 인생에서 잃은 것들은 무엇인가?
    “두려움 속에서 사는 것. 전쟁이 끝난다 해도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남는다. 다음 세대도 이런 ‘방어 모드’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러시아에 가지 않을 것이고, 러시아와의 접촉도 없고, 이웃 국가와 아주 오랜 갈등 속에 살게 될 것이다. 우선순위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웰빙, 아이들의 교육, 돈 버는 것, 목표 달성, 인격 성장 같은 것들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살아남고, 싸우고, 버티고, 저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됐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생각은.
    “모두가 이 전쟁에 지쳤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한다. 아이들은 전쟁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잊어버리고 있다. 큰 비극이다. 하지만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정리=박병률 기자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④고려인 사회의 혼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한 커피 전문점 구석진 창고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 박스 테이프를 붙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연신 박스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고려인들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고려인 사회는 크게 동요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나 크림반도 오데사는 고려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이었다. 많은 고려인들이 폭격을 피해 피난을 떠냐야 했다. 수도 키이우나 서부 지역으로 삶터를 옮겼지만 곧 경제적인 문제에 부닥쳤다. 주거와 일자리 등 먹고 사는 일이 막막해져 버린 것이다.
    도네츠크에서 온 고려인 피난민 세르게이 히가이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몇 년째 타향을 떠돌고 있다. 그는 “조부때부터 살던 고향을 버리고 낯선 곳으로 왔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현실에 너무나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루드밀라 김은 “나는 자포리자 지역의 점령된 도시 출신”이라며 “남편과 손자와 함께 몇 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전쟁이 날 줄 몰랐고, 피난은 어떻게 가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무작정 전쟁을 맞았고, 한순간에 그들의 인생도 변했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한국에서 오는 식량들이었다. 끝까지 버틸 수 있겠다는 기대를 준 것이다. 고려인 시민단체 ‘아사달’은 한국에서 오는 식량을 고려인 가정에 나눠주는 사업을 한다. 아사달의 대표 페트로박은 “한국 NGO가 보내주는 성금으로 두 달에 한번 정도 고려인 가정에 식료품을 보내준다”며 “그 혜택을 받는 고려인 가정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1950 가구”라고 말했다.
    근방에 있는 고려인 가정들은 직접 식료품 패키지 박스를 받으러 온다고 했다. 그 외 지방에 있는 가정들은 배달을 가야한다고 페트로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어와 한국어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박스에 빼곡하게 붙였다.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고려인들이 속속 도착했다. 다들 얼굴에 시름이 많아보였지만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박스안에는 스파게티면, 설탕, 쌀, 밀가루등 식량들이 들어있다. 루드밀라 박은 “우리 고려 사람은 쌀 없으면 안된다”며 박스 속 쌀봉지를 들어보였다.
    페트로는 상자를 보여주며 “각 세트에는 14개의 품목이 들어 있다”며 “통조림, 설탕, 파스타, 오일, 소시지, 쌀, 차, 그리고 치약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10월 두달간 페트로씨는 858세트를 각 가정에 전달했다. 그는 “전쟁이후 한 가정에 50달러정도의 연금 수입밖에 없는 고려인들이 부지기수”라며 “이들에게 이 식량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고려인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은 ‘고려사람(Корё-сарам)’이다. 올렉시 김(62)씨는 “소련 시절 여권에는 ‘조선인’이라고 적혀 있었고, 우리는 (스스로를) 소수 민족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 한국 민족은 매우 크고 발전된 나라를 갖고 있고, 내가 그들과 같은 민족인 ‘고려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김은 “나는 여전히 한국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소련에서 살았던 고려인 3세대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의 조부모님은 1937년 극동 지역에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로 강제이주 당했고, 그곳에서 그의 어머니가 태어났다. 그도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고려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박스를 하나씩 받은 20여명의 고려인들은 인증 사진을 찍고 서류에 사인을 했다. 한국으로부터 기부를 받았다는 증명을 위해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들은 서둘러 박스를 들고 떠났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도 키이우에는 공습 경보가 울리고 탄도미사일과 샤헤드 드론이 떨어진다.
    페트로는 트럭에 다른 박스들을 실었다. 수도 키이우 외 지역에도 식량박스를 기다리는 고려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는데, 길이 아주 위험하다. 드론이 공격하기도 하고 미사일이 날아오기도 한다. 위험천만한 길을 페트로는 4년 가까이 배달하고 있다.
    그가 6시간을 걸려 운전해 도착한 지역은 하르키우시였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이다. 하르키우 외곽의 많은 지역이 이미 러시아군에게 점령당했다. 시내는 우크라이나 정부 통치에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르키우 시내로 들어서자 마자 폭격에 무너진 건물들이 모습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페트로는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많은 대학이 있고, 공원도 매우 흥미롭고, 볼 것도 많다”며 “지금 이 도시에 들어갈 때면 전쟁 전 모습이 떠올라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페트로가 한 식당 앞에 트럭을 주차하자, 한 무리의 고려인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다들 힘을 모아 트럭에서 박스를 내렸다. 하르키우 고려인 사회의 반장 격인 스베틀라나씨는 장부를 들고 나와 사람들에게 박스를 나눠주며 인증샷을 찍었다. 그는 “하르키우에 고려사람이 아주 많다”며 “오늘 이 박스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서 위험을 무릅쓰고 모였다”고 말했다.
    페트로 트럭에는 식료품 박스 외에도 오리털 패딩점퍼, 감기약 등 한국의약품, 장갑, 스케치북 등 한국에서 보내준 다양한 원조품이 있다. 알렉산드라는 “음식뿐 아니라 치약, 비누, 샤워 젤 등을 제공해 준주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인 나탈리아는 “1938년생인 어머니는 ‘나는 전쟁 속에서 삶을 시작했고, 지금 삶을 마무리하는데 또 전쟁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며 “어린 시절도 전쟁, 지금 노년도 전쟁”이라며 울먹였다. 비극적인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고려인들에게 노년의 전쟁은 더욱 서럽게 다가왔을 것이다.
    간만의 함박웃음도 잠깐, 이내 날카로운 공습 경보가 울렸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한 할머니는 손자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달랬다. 박스를 받아든 사람들은 시내 한가운데 있는 것은 위험하다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페트로는 “사람들은 시내에 오래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어서 박스를 나눠주고 나도 시내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4년째 계속되면서 이제 이런 일상도 이들에게는 익숙해 보였다.
    발길을 재촉하는 고려인들 중 테티아나가 있다. 그는 딸 둘을 데리고 사는 싱글맘이다. 남편은 행방조차 알지 못한다. 전쟁이 난 뒤 어디서 징집이 되었는지 혹은 사망했는지 알지 못한채 2년이 흘렀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그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그는 “조부모님은 극동 사할린에 살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 됐고, 이후 계속 살았다”고 말했다. 테티아나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로 다시 이주했고 크림반도의 세바스폴은 고향이 됐다.
    러우 전쟁 이후 폭격을 피해 피난 온 곳이 시댁이 있던 하르키우였다. 남편이 실종되고 수입이 전혀 없는 그녀는 친구가 해외로 피난가며 비워놓은 아파트로 옷가지 몇 개와 아이들 장난감을 들고 찾아갔다. 방 하나와 주방, 그리고 욕실뿐인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에게 한국어 온라인 수업을 하거나 리본으로 만든 자그마한 수공예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수입은 한달에 2000 흐리브나 (한화 약 7만원)가량이다. 11살, 7살 딸 둘을 키우기에 턱없이 적은 액수다.
    그는 “그나마 아이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며 “언제 어디에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곁에 없으면 나를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폭발음이 들렸을 때 큰 딸은 천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을 겁주지 않기 위해 ‘전쟁이고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나 혼자 이걸 감당하고, 아이들은 모든 게 괜찮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르키우는 하루에도 열댓번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때마다 테티아나는 방과 현관사이에 있는 좁은 복도에서 아이들을 안고 토닥였다. 아이들은 익숙하게 엄마에게 안겨서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렸다. 의지할 곳없는 그들 모녀가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이다. 그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근처에 있는 걸로 안다”며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군 파병은 고려인 사회에 큰 혼란을 줬다. 남한은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 북한은 빈곤한 독재국가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북한군 파병은 두개의 한국이 극단적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됐다.
    드네프로시에서 영토방위군 상사로 복무중인 블라드미르 김은 “그들(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며 “나는 여기에 살고 있고, 그들은 우리 나라에 왔다. 나는 이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 북한군이 러시아편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분노하게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나는 우크라이나 한국인, 그들은 북한에서 온 한국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한국인이라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페트로는 “벌써 전쟁 4년째라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아주 지쳐 보이고, 조금은 낙담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기억을 해주는 덕에 우리는 하나의 피, 한국어라는 하나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테티아나는 취재를 치고 떠나려는 취재진에게 한국에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말 ‘평화로운 하늘’을 잃어본 사람은 ‘평화로운 하늘’이라는 말이 왜 필요한지 안다”며 “밖에 나갔을 때 머리 위로 아무것도 안 날아다닐 때”고 말했다.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고려 사람’의 전쟁은 언제 끝날까.
    정리=박병률 기자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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